• 최종편집 2024-04-18(목)
 


■ 이진숙

 

내 이름은 지구다. 70억명이 넘는 자녀를 둔 어머니이다. 내 나이는 50억살, 과학자들과 물어보니 내 수명은 100억살 좌우란다. 지금까지 나 지구의 기원과 형성에 대한 확답은 없지만 태양계의 기원과 밀접히 연계된다는건 분명하다. 만약 나와 세번째로 가까운 거리에 산다는 태양에 탈이 생겨 영향만 끼치지 않는다면 영존할 수도 있단다. 나도 태양계8개 행성에 속하니깐. 하지만 자식들이 지금처럼 계속 나를 괴롭히고 몸살나게 한다면 제명대로 살 것 같지 못하다.

 

중국 민간신화에 의하면 반고가 천지를 개벽하여 하늘과 땅이 생겨났다 한다. 태고시기 천지불변일 때 온 우주는 큰 달걀모양이었는데 그 속에 반고가 잉태되어 있었다. 1만 8000년 후에 잠에서 깨어나보니 어두컴컴한데다가 제대로 움직일 수도 없어 몹시 성난 반고는 도끼를 휘둘러 껍질을 깼다. 순간에 가볍고 맑은 것은 위로 올라가 하늘이 되고 무겁고 어두운 것은 아래로 내려와 땅이 되었다. 반고는 발로 땅을 딛고 머리로 하늘은 받치고 1만 8000여년을 견디어내다 드디어 하늘과 땅이 더는 붇지 않았으나 그만은 기진맥진하여 죽게 되었었다. 반고가 죽은 후 그의 시체 모두가 세상 만물로 변하여 내가 애들을 키우기엔 너무도 충분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냐? 한창 중년나이에 온몸이 벌써 다 찌그러지고 힘 빠진 파파노파로 변해버렸구나! 입으로만 에미를 사랑할뿐 망가져가는 내 몸에 대해선 수수방관하고 속수무책이고 지어 불효자들은 난도질까지 하고있다. 알려주마, 이 어미를 떠나선 그 누구도 건강할 수도 행복할 수도 없을거다.

 

요즘 두루 신문 보고 TV를 보면서 하마트면 정신 잃고 쓰러질뻔 했다. 자식이란 놈들이 이렇게까지 할줄은 정말 몰랐다. 아무리 바빠도 한번쯤 내말에 귀를 귀울려주렴.

 

일하기 싫어 화학비료와 농약에만 매달려 농사짓고 채소 가꾸고 하더니 그 비옥하던 토양은 메마르고 황폐해지고… 농약을 듬뿍먹고 자란 곡식과 채소와 과일들, 그러니 너희들도 날마다, 끼니마다 독약을 먹고 있는 셈이다. 정말 속이 탄다.

 

게다가 인간생활의 주요 터전인 육지면적의 15프로가 이미 퇴화되었는데 중국에서만 날마다 10제곱미터의 토지가 사막화되어 간다는구나. 앞으로 너희들이 제대로 먹고나 살는지, 참 걱정이다.

 

물, 물은 생명수라 했다. 지구상에 물이 70%라지만 담수는 겨우 2.8%, 직접 먹을 수 있는 물은 1%밖에 안된대. 세계12억 인구가 물난에 허덕이는데 중국도 엄청 물 부족이란다. 인구의 증장, 생활향상, 사회의 공업화, 도시화…쓰레기들이 마구 강물에 버려지고, 출렁이며 흐르던 강물이 하나 둘씩 바닥을 드러내고 물고기마저도 오염에 떼죽음 당하고. 아, 아ㅡ 너무도 비참하다.

 

그리고 공업혁명 후 지구의 평균 온도는 6도 상승했고 지금도 매년 평균 0.2도씩 상승하는 추세란다. 북빈양이 녹는다는 등, 바다가 육지보다 높아간다는 등… 지구온난화에 따라 공기오염도 심해지는 판이다. 최근엔 또 뭐냐? 스모그 때문에 중국 도시들에서 난리가 났단다. 그것이 다 인간이 스스로 자초한 결과다. 공기중의 유해먼지가 왜 생겨나 사람의 건강을 위협하겠니? 사회발전만 집요하게 추구하고 환경보호를 뒤전으로 한 탓이지. 돌을 들어 제 발등을 깨고, 제가 판 함정에 제가 빠져버린거지 뭐, 참 안타깝다.

 

생물들도 멸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지구상에 현존하는 생물은 500만종 내지 1억종인데 매년 5만여종이 멸종된다고 한다. 매년 730만제곱미터의 살림이 감소된다니 어찌 생태환경이 파괴되지 않겠나. 산에 가도 지저귀는 새소리 들을 수 없고 밤이면 농촌마을마다 요란하던 그 개구리합창단도 다 해산되고 없다.그 옛날 그 때가 너무도 그립다!

 

광산자원도 다 고갈되어 간단다. 석유는 50년 좌우, 석탄은 20~30년 좌우, 2020년에 이르면 지구상의 동, 석, 연, 금, 은 등 대다수의 광물자원이 채굴을 마감한다 한다. 어떻하지? 좀 두렵기도 하다.

 

오, 내 몸이 어쩌면 이렇게까지 망가졌지? 이제야 비로서 알았다. 70억명이나 되는 자식들이 어미가 이 정도 될 때까지 무심했으니 서글프기 그지 없다. 울고 싶다. 통곡하고 싶다.

 

문득 청개구리 이야기가 생각난다. 청개구리 7형제가 메라면 지고 엇박자만 치면서 한사코 엄마말을 안 듣길래 죽을 때 생각반대의 유언을 남겼다. 울며 통곡하던 7형제는 딱 한번이라도 엄마의 말대로 하자고 유언 그래로 강변에다 엄마를 묻었다. 그래서 비올 때면 떠내려갈까 후회하여 개골개골…

 

이쯤하면 자식된 너희들도 정신이 번쩍 들겠지. 입으로만 아니라 행동으로 진심으로 내 건강을 챙겨다우!

 

얘들아, 나도 젊어지고 건강해지고 싶다.

 

내가 건강해야 너희들도 건강해진다.

 

내가 오래 살아야 너희들도 행복하다.

 

지구-이 어미의 부탁 꼭 지켜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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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하소연 “인류, 내 건강 챙겨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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