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 안팎은 물론 정치권이 벌집 쑤셔놓은 듯\"
●김정순 언론학 박사 / 휴먼에이드 미디어센터장
대통령선거일이 47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의 대선 시계가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 후보 간에 치열한 공방이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다수의 매체와 정치전문가들은 민주당 경선이 본선보다 더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며 핫이슈로 다루고 있고, 더불어민주당 후보들 간 공방전은 각 매체들의 머릿기사 소재로 등장한다. 이런 와중에 지난 22일 저녁, 더불어민주당 현장투표 개표 결과로 추정되는 미확인 자료가 SNS를 통해 유출되는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면서 당 안팎은 물론 정치권이 벌집 쑤셔놓은 듯하다.
괴문서에 의해 압도적 1위로 드러난 문 후보 측은 '이는 가짜'라며 '찌라시'쯤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안희정·이재명 후보 측은 당 지도부와 선관위를 향해 강하게 항의하고 있어 심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예비경선 유출 정보는 그자체로 파급력이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정보의 진위 여부와 상관없이 유권자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선관위는 선거일이 임박했을 때의 여론조사 발표를 금하고 있는데, 이는 '밴드왜곤효과(Bandwagon effect)'에 의해 여론이 우세한 쪽으로 쏠리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침묵의 나선이론(Spiral of Silence Theory)'도 있다. 여론 형성 과정이 한 방향으로 쏠리는 모습이 마치 나선형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이론은 독일의 여론조사 기관 설립자이자 커뮤니케이션·정치학자인 노엘레 노이만에 의해 이름 지어진 것으로, 이에 의하면 인간은 고립의 두려움이 있어 사회적으로 우세한 여론에 편승하려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지지자가 가장 우세해 자신이 다수편이라는 것이 확인되는 경우, 지지자를 떳떳이 밝혀 점점 나선모양으로 확장되면서 커지는데, 반대로 자신의 지지자가 열세인 것이 보이면 사회적 고립을 염려해 침묵하다가 마침내 심연 속으로 사라져버린다는 것이다.
물론 이 이론을 경선을 앞두고 있는 지금의 우리 정치현상에 적용하는 데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선거의 판세를 가름하는 호남경선을 앞둔 시점에 유출된 것이어서 경선 후보자들은 물론 유권자 입장에서도 여간 김이 빠지는 게 아니다.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압도적 1위로 밝혀진 문 후보 측은 이번 기회를 통해 '대세론 굳히기'를 펼치기 좋은 호재를 얻었다. 반대로 1위를 추격하는 후발주자들 입장에서는 본게임도 치르기 전에 뚜껑이 열리고 내용물이 공개되는, 김이 새고 맥이 빠지는 기분일테다. 2, 3위를 지지하는 다수의 유권자들은 투표도 하기 전에 '지는 게임'으로 판단해 자칫 행동하지 않고 침묵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각 후보 진영의 유·불리를 떠나, 이번 괴문서의 내용이 실제 결과이고 이게 유출된 것이 맞다면 정말 큰 문제다. 민주당 지도부와 선관위의 경선 관리에 큰 오점이 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다시 태어나려는 대한민국의 정치에 희망을 걸고 싶은 국민에게도 찬물을 끼얹는 일이기 때문이다.
△기득권과 주도권을 유지하려 불공정한 방법을 동원하는 졸렬한 꼼수 △권력 쟁취를 위해서라면 동지도 벗도 가볍게 저버리는 작태 △권모술수를 '정치의 기술' 쯤으로 여기는 태도 등, 어디서 많이 봤던 것들이다. 다름 아닌 더불어민주당이 청산하고자 하는 역겨운 '구악정치' 행태 아닌가.
이번에 벌어진 '괴문서 사건'은 결코 가벼이 볼 일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후보 당사자들의 이해를 떠나, 새 세상을 갈망하는 유권자들을 심하게 유린한 행위일 수 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사건의 진상을 명확히 규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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