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연 사신이 아니라 연결을 설계한 외교가 장건
한나라 사신 장건(張騫)은 흔히 ‘실크로드를 연 인물’로 불린다. 그러나 그의 행적을 자세히 살펴보면, 장건은 미지의 세계를 답사한 전달자라기보다 동아시아와 유라시아를 잇는 외교 질서를 구상한 전략가에 가까웠다.
기원전 2세기, 한무제(漢武帝)는 흉노(匈奴)를 견제하기 위해 월지(月氏)와의 외교적 연대를 모색했다. 이 구상을 실행할 인물로 선택된 이가 장건이었다. 그는 기원전 139년 장안(長安)을 출발해 서역으로 향했고, 억류와 탈출, 재파견을 거치며 10여 년 동안 중앙아시아 각국의 정치·군사·경제 현실을 직접 확인했다. 이는 무력 정복이 아니라 정보와 연결을 통해 국제 질서를 관리하려는 외교적 시도였다.
장건의 외교적 통찰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 장면은 대하(大夏, 오늘날 박트리아) 체류 시기다. 그는 이곳에서 중국 촉(蜀) 지방에서 생산된 공죽장(筇竹杖)과 촉포(蜀布)를 발견했다. 대하 사람들이 이를 “신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