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포투데이] “하나, 둘, 셋, 김치!”
해가 기울어가던 지난 주말 저녁, 연길 조선족 민속원 미식거리는 곳곳에서 환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노릇노릇한 지짐 굽는 소리와 고소한 찰떡 향이 흘러나오는 골목 끝에, 사람들의 시선을 단숨에 붙잡는 벽화가 나타났다. 일곱 명의 ‘꽃소녀’가 전통 치마저고리를 차려입고 머리에 화려한 꽃 장식을 한 채, 금방이라도 걸어나올 듯 생생하게 벽에 서 있었다.
아이들은 벽 앞에서 팔을 벌리며 “나도 꽃공주야!” 하고 장난을 쳤고, 젊은 커플들은 서로 어깨를 감싸 안고 셀카를 남겼다. 외지에서 온 관광객들도 삼삼오오 모여 “여기가 그 유명한 포토존이구나”라며 연신 셔터를 눌렀다. 벽화 속 소녀들은 누군가는 수줍게 고개를 숙이고, 또 다른 이는 미소 지으며 정면을 응시했다. 각기 다른 표정과 화사한 색감이 사람들의 마음까지 물들였다.
벽화 앞을 지나던 대학생 리민(20) 씨는 친구와 함께 사진을 찍고 나서 “원래는 먹거리만 즐기러 왔는데 벽화가 너무 예뻐서 계획에 없던 추억을 남겼다”며 “조선족 의상이 이렇게 화려하게 표현되니까 더 특별하다”고 말했다.
이 벽화는 연변춘천문화미디어 프로젝트팀이 기획하고, 현홍준 디자이너가 붓을 잡아 완성했다. 조선족 전통의상의 고운 무늬와 꽃 장식을 조합해 ‘전통+청춘’의 감각을 담아냈다. 관계자는 “기존의 ‘공주 체험 사진’과 연계해 관광객들이 의상을 입고 찍은 뒤, 미식거리 벽화 앞에서도 또 다른 분위기의 사진을 남길 수 있도록 했다”며 “한 번의 방문으로 여러 경험을 이어가는 효과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벽화가 생기면서 미식거리 전체 분위기도 한층 활기를 띠었다. 무대 앞에서는 삼삼오오 모여 앉은 관광객들이 공연을 기다리고 있었다. 저녁이 되자 무대 위에서는 전통 장고춤과 부채춤이 이어졌고, 북소리와 함께 화려한 동작이 펼쳐지자 관객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공연이 끝난 뒤 무대 옆을 돌아나오는 이들의 발길은 자연스레 벽화 앞으로 이어졌다.
“공연 보고, 전통의상도 입고, 벽화 앞에서 사진까지 찍으니 하루가 너무 알차네요.” 가족과 함께 온 한 관광객은 찰떡을 맛보며 “먹거리, 볼거리, 즐길 거리가 한데 모여 있어서 민속원에 오길 잘했다”고 말했다.
밤이 깊어가자 미식거리에는 형형색색 조명이 켜지고, 벽화 앞에도 여전히 긴 줄이 이어졌다. 화려한 전통 의상과 꽃 장식으로 단장한 ‘꽃소녀’ 일곱 명은 그 자리에 서서, 찾아온 이들의 웃음과 환호를 조용히 받아내고 있었다.
조선족 문화의 향취와 여름 축제의 열기가 겹쳐진 이곳, ‘꽃소녀 벽화’는 이제 단순한 벽 그림을 넘어 민속원의 새로운 상징이자 추억의 무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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