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투데이] 중국 동북부 지린(吉林)성 연길(延吉). 조선족의 삶과 문화가 오랜 세월을 품고 살아 숨 쉬는 이 도시의 한 자락에 ‘중국조선족민속원’이 있다.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한민족의 기억과 생활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문화의 마을이다.
민속원은 연길시 모아산(帽儿山) 자락 아래에 자리 잡고 있다. 맑은 공기와 울창한 수목이 감싸는 공간에 들어서면, 하얀 담장과 푸른 기와가 어우러진 조선식 가옥들이 눈길을 끈다. 마을을 거닐다 보면, 마치 한 세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듯한 착각에 빠진다.
총 40여 채의 건물 중 9채는 초가지붕의 백년 고가다. 기둥마다 세월의 결이 선명하고, 처마 밑 풍경이 바람에 흔들릴 때면 오래된 삶의 온기가 느껴진다. 민속원은 단지 전시의 공간이 아니라, 조선족 공동체의 역사와 정체성을 품은 살아 있는 기록물이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전통문화 전시구, 백년 고가 체험구, 민속공예 작업실, 전통음식 체험구 등이 이어진다. 짚을 꼬아 만든 공예품, 허브 향이 은은한 향낭, 나무를 깎아 만든 소품들이 손끝의 온기로 완성된다. 관람객들은 직접 짚을 꼬고, 목공예를 배우며 조선족 장인의 손맛을 체험한다.
마당 한켠에 줄지어 선 옹기들 사이로 한복 차림의 관광객들이 웃음을 터뜨린다. 붉은 치마저고리와 흰 저고리, 파란 두루마기가 햇살 아래 어우러져 전통과 현재의 경계가 사라진다. 누군가는 옹기 앞에서 사진을 찍고, 누군가는 목공예 방에서 작은 장식품을 빚는다.
전통 놀이 공간에서는 그네와 널뛰기가 인기를 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어른들도 한껏 들뜬 표정으로 줄을 잡는다. 과거 조선 마을의 정취가 놀이를 통해 다시 살아난다.
무엇보다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조선족의 ‘생활’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점이다. 수놓인 옷자락, 나무결에 새겨진 문양, 정갈한 솥단지 하나까지—그 속엔 민족의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한복을 입은 관광객이 옛집 앞에 서서 천천히 숨을 고른다. 하얀 담벽 위로 빛이 번지고, 풍경소리가 바람을 타고 흘러간다.
그 순간, 연길 조선족민속원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기억과 정체성이 살아 있는 ‘시간의 마을’이 된다.
BEST 뉴스
-
중국인만 노린 폭행…혐오 범죄에 면죄부 있어선 안 된다
[동포투데이]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사건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쉽게 혐오와 차별의 늪에 빠져드는지를 보여준다. 중국어를 쓴다는 이유만으로 낯선 이들을 뒤쫓아 욕설을 퍼붓고, 심지어 소주병으로 머리를 내려친 행위는 단순한 폭력이 아니라 명백한 혐오 범죄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지난달 21일, 중국인 관광... -
갯벌 고립 중국인 노인에 구명조끼 내준 해경, 끝내 순직
△해양경찰관 고 (故)이재석 경사. 인천해경 제공 [동포투데이] 인천 앞바다에서 고립된 중국인 노인을 구하려던 해양경찰관이 끝내 순직했다. 위험에 처한 이에게 자신의 구명조끼를 건네고 물살에 휩쓸린 그는 몇 시간 뒤 숨진 채 발견됐다. 11일 인천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영... -
이재명 대통령 “명동 혐중 시위, 표현의 자유 아닌 깽판”
[동포투데이] 이재명 대통령은 9일 오후 국무회의에서 최근 서울 명동 일대에서 이어지고 있는 반중 집회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그는 해당 집회를 “관광객을 모욕하는 깽판”으로 규정하며, 단순히 ‘표현의 자유’로 치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회의에서 국무위원들에게 “외국에 가서 ‘어글리 코... -
“미국, 더 이상 매력 없다”…관광객 급감에 125억 달러 손실 전망
△ 뉴욕 맨해튼에는 '간세부르트 페닌슐라' 해변 (사진/중국신문망 랴오판 제공) [동포투데이] 미국의 강화된 입국 규제가 외국인 관광객을 발길을 돌리게 하면서 관광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국신문망 보도에 따르면, 2025년 1~7월 미국을 찾은 해외 관... -
광복 80주년, 중국서 한국광복군 기념행사 개최
[동포투데이] 광복 80주년과 한국광복군 창설 85주년을 맞아 오는 14일부터 21일까지 중국 각지에서 한국광복군 관련 기념행사가 열린다. 국가보훈부(장관 권오을)는 이번 행사를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주관으로 마련해, 난징·충칭·청두·시안 등지에서 사적지 탐방, 임시정부청사 교류 세미나, 전시와 ... -
美 보수 인사 찰리 커크 피격 사망…22세 대학생 용의자, 경찰관 아버지에 의해 제압
▲경찰이 발표한 커크 피살 사건 용의자 사진 [동포투데이] 미국 유명 보수 성향 정치 활동가 찰리 커크(31)가 강연 도중 총격을 받아 숨진 사건의 용의자가 22세 대학생으로 확인됐다. 범행 직후 그의 아버지이자 현직 경찰관이 아들을 직접 제압해 당국에 넘긴 사실이 알려지며 충격을 주...
NEWS TOP 5
실시간뉴스
-
북한, ‘국방발전–2025’ 전격 공개… 극초음속 무기 앞세워 군사 자신감 과시
-
연변선봉국가삼림공원, 천년 고목과 청정한 공기의 숲속 여행
-
“한눈에 세 나라가 보인다”…훈춘 방천, ‘국경의 마을’에 몰려든 연휴 관광객
-
연길조선족민속원, 삶이 머무는 문화의 뜰
-
연길의 밤, 왕훙챵(网红墙)에 흐르는 빛과 열기
-
관광 대국으로 변신한 중국, 세계가 중국으로 몰린다
-
[르포] ‘‘두만강이 부르는 국경의 노래’…중국 연변, 변방에서 중심으로
-
“세워둔 샤오미 자동차 스스로 주행했다?”… 회사 측 “아이폰 조작 오해, 품질 문제 아냐”
-
“중국 청년들, ‘서울병(首尔病)’에 걸렸다?”…中 매체 “韓 언론, 과장·왜곡 심각”
-
中대사관 “반중 시위, 의도 불순·민심 얻지 못해”… 이재명 대통령도 강력 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