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중동에서 이어진 군사 충돌을 계기로 국제 질서의 흐름이 재편되는 가운데, 향후 힘의 균형이 중국 쪽으로 기울 경우 미국의 대응 여지가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 CNN 앵커이자 국제정치 분석가인 파리드 자카리아는 4월 2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글로벌 권력 구조가 점진적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그 방향성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국제사회가 “혼란과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국면”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특히 미국이 군사 개입과 정책 변화를 반복하면서 동맹 관계와 글로벌 경제에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중국은 공개적인 대립을 확대하기보다 비교적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자카리아는 최근 중국 방문 과정에서 확인한 분위기도 과거와 달랐다고 전했다. 이라크 전쟁 당시에는 미국의 중동 개입을 바라보는 시선에 일정 부분 거리감이 있었다면, 이번에는 중국 정부 관계자와 학계, 기업인들 사이에서 혼란과 우려가 동시에 나타났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 정책의 향후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주요 변수로 거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반응이 중국의 구조적 이해관계와 맞닿아 있다고 봤다. 중국은 에너지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안정적인 해상 교역과 예측 가능한 국제 질서를 필요로 하는 만큼, 글로벌 불안정성이 확대될 경우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또한 중국 내부에서 제기되는 ‘국제 질서의 불확실성 확대’에 대한 문제 제기는 단순한 비판이라기보다, 패권국의 예측 가능성이 약화될 때 글로벌 시스템 전반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략적 인식을 반영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동시에 중국은 산업·경제 측면에서 영향력 확대를 지속하고 있다. 자카리아는 중국이 친환경 에너지, 로봇 기술, 산업용 인공지능, 첨단 제조업 등 미래 핵심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며 다음 단계 성장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등 주요 기관 분석에 따르면, 태양광·배터리·전기차 등 일부 분야에서 중국의 생산 비중이 글로벌 시장에서 상당한 수준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글로벌 위기 국면에서도 중국은 산업적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코로나19 기간에는 의료 물자 공급을 통해 존재감을 키웠고, 인공지능 확산 과정에서는 데이터센터와 관련 인프라 공급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최근 중동 정세 불안으로 에너지 전환 수요가 확대되면서, 중국의 신재생에너지 산업 역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자카리아는 이러한 산업 경쟁력이 외교·금융 영향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금융 지원과 인프라 투자, 공급망 구축 등을 통해 각국과의 경제적 연결을 강화하는 동시에,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강조하는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 2000년 이후 다수 국가의 항만 및 인프라 사업에 자금을 지원해 왔으며, 금융 분야에서도 위안화의 국제적 활용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일부 국제 금융시장에서 주요 기관 채권 금리가 미국 국채 수준에 근접하는 흐름이 나타난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그는 짚었다.
자카리아는 이러한 변화가 장기적으로 미국의 기축통화 지위와 금융 구조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 경우 미국의 자금 조달 비용이 상승하고 경제 전반에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그는 “중국이 지금 당장 패권 경쟁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는 않지만, 경제력과 영향력을 축적하는 과정에 있다”며 “향후 힘의 균형이 지속적으로 이동할 경우, 중국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 시점에서는 미국의 대응 선택지가 이전보다 제한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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