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중국이 인공지능(AI)과 첨단 제조업에 다시 힘을 싣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과거처럼 주택과 건설투자에 기대기보다 제조업의 체질을 바꿔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쪽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9월 16~17일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 첨단제조업 대회를 계기로 “첨단 제조업을 지속적으로 크게 하고 강하게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산업망의 자립 능력을 높이고 첨단 제조업을 중심으로 현대화 산업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번 회의에서 특히 눈에 띈 것은 AI였다.
리창 국무원 총리는 차세대 스마트 제조를 중심으로 ‘AI+제조’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단순히 공장 자동화 설비를 늘리는 수준이 아니다. 연구개발부터 생산, 품질관리, 공급망까지 제조업 전 과정에 AI를 집어넣겠다는 구상에 가깝다.
최근 중국의 산업정책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고급 반도체와 산업용 소프트웨어, 로봇, 스마트 제조, 산업인터넷 등 제조업 경쟁력을 좌우할 분야에 자금과 정책 지원이 몰리고 있다. AI를 하나의 독립 산업으로 키우는 동시에 기존 제조업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빨라졌다.
실제 돈의 흐름에서도 변화가 보인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최근 공개한 자료를 보면 올해 1~7월 첨단 제조와 디지털 경제 등 새로운 성장 분야가 규모 이상 공업 증가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인터넷 및 관련 서비스업 투자도 같은 기간 40% 넘게 늘었다.
부동산 쪽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중국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대책을 계속 내놓고 있지만 예전처럼 부동산을 경기부양의 선봉에 세우려는 움직임은 뚜렷하지 않다. 미분양과 주택 재고를 줄이고 장기 침체를 관리하면서 새로운 부동산 발전 모델을 찾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 역시 최근 부동산 시장이 변화한 수급 구조에 맞춰 새로운 발전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부동산을 버린다기보다 경제에서 차지하던 과도한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의미로 읽는 편이 정확하다.
한국에는 만만치 않은 변화다.
반도체와 배터리, 전기차에서 시작된 중국 기업과의 경쟁은 이미 로봇과 산업장비, 첨단 소재 분야로 넓어지고 있다. 중국 제조업의 기술 자립 속도가 빨라지면 한국 기업이 중국에 공급하던 중간재와 장비 시장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반대편에는 기회도 있다. 중국이 AI와 첨단 제조업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갈 경우 고성능 반도체와 소재·부품·장비 등에서 새로운 수요가 생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를 읽는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이제 중국 경기를 보면서 집값과 건설투자만 들여다봐서는 부족하다. 공장에 얼마나 많은 AI가 들어가는지, 로봇과 반도체에 얼마나 많은 돈이 몰리는지가 중국의 다음 성장동력을 가늠할 새로운 지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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