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투데이]플로리다 에버글레이즈의 습지 깊숙한 곳, 오래전 폐쇄된 공항 부지가 열흘 만에 이민자 구금시설로 탈바꿈했다. 철조망을 두른 이 센터는 곧 ‘악어 교도소(Alligator Alcatraz)’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열악한 환경과 강압적인 수용 방식이 알려지며, 미국 내 인권 실태를 상징하는 공간이 됐다.
시설 내부 영상이 공개되자 충격은 더욱 커졌다. 32명이 하나의 철제 우리에 갇혀 하루 한 끼를 제공받으며, 무릎 꿇은 채 차꼬를 찬 상태로 식사를 해야 한다. 음식에는 구더기가 섞여 있는 경우도 있었다. 바닥엔 오수가 흘렀고, 사람들은 신발을 베개 삼아 콘크리트 바닥에 누워 잠을 청했다. 백악관은 이 시설을 ‘자연적 억제력’이라 설명했지만, 영상은 이 설명이 얼마나 기만적인지 보여줬다.
시설이 지어진 곳은 마이애미에서 약 80㎞ 떨어진 습지대다. 우기에는 침수되는 자갈길 하나만이 외부와 연결되고, 모기떼와 뱀, 악어가 들끓는 환경은 ‘보이지 않는 감시자’가 된다. 영국 출신 이민자 조한은 손이 뒤로 묶인 채 음식에 얼굴을 갖다 대며 먹어야 했던 경험을 증언했다. 과테말라 출신 이민자 페드로는 “이곳에서의 고문은 일부 사례가 아니라 일상”이라고 말했다.
센터 설립 과정에서도 절차적 정당성은 무시됐다. 플로리다 주 정부는 ‘비상조치’ 조항을 발동해 지역 주민과 원주민의 반대를 제쳐두고 토지를 강제 수용했다. 미콜수키(Miccosukee) 부족은 “조상 대대로 살아온 보호구역에 구금시설이 세워진 것은 19세기 원주민 강제이주를 떠올리게 한다”고 반발했다. 6월 말에는 수백 명의 시민이 도로를 점거해 항의했지만, 물자 수송 트럭은 멈추지 않았고, 철제 우리들은 매일 수천 명 단위로 채워졌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플로리다의 강제수용소, 미국의 수치”라는 제목으로 이 시설을 비판했다. 최근 공개된 92쪽 분량의 인권보고서는 이러한 학대가 특정 시설에만 국한되지 않았음을 밝혔다. 올해 들어 단속이 강화된 이후, 플로리다의 주요 이민자 구금시설은 의료 방치와 고문, 언어폭력 등 인권 침해의 전형이 되고 있다. 인슐린과 천식 치료제 제공이 거부된 사례도 수차례 보고됐다.
국토안보부는 모든 학대 및 환경 피해 주장을 “근거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다른 주와 유사 모델 도입을 협의 중이라고 밝혀, ‘악어 교도소’의 복제 가능성을 시사했다.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 사회에서, 이민자 구금센터는 더는 단순한 정책 수단이 아니다. 이는 미국이 스스로 주장해온 ‘자유’와 ‘인권’이라는 가치를 어디까지 실천하고 있는지를 가늠하는 잣대가 되고 있다. 습지 한가운데 쇠창살 너머로 드러난 인간의 삶은, 그 어떤 외교 수사보다 강하게 미국의 현실을 비추고 있다.
BEST 뉴스
-
중국 전승절 기념 행사, 日 전 총리 포함 외빈 명단 공개
[동포투데이] 28일 오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 기념행사’의 기자회견에서 외빈 명단이 공개됐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26개국 국가원수 및 정부 수반이 이번 기념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참석 예정 인사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 -
[르포] “김치 향 가득한 아리랑 광장”…연길서 펼쳐진 2025 연변 조선족 김치문화축제
[동포투데이] 8월 17일 오전 10시, 연길 아리랑 축구광장은 이른 아침부터 김치 향과 사람들로 북적였다. 전통 북춤과 노래가 울려 퍼지자 축제의 막이 오르고, 시민들과 관광객은 삼삼오오 모여 휴대폰을 꺼내 들며 열띤 분위기를 기록했다. 무대 한편에서는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인 김송월 씨가 직접 배... -
광복 80년, ‘함께 찾은 빛’으로 미래를 밝히다
[동포투데이]광복 80주년을 맞는 경축식이 8월 15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다. 행정안전부(장관 윤호중)는 올해 경축식 주제를 ‘함께 찾은 빛, 대한민국을 비추다’로 정하고, 독립유공자 유족과 국가 주요 인사, 주한외교단, 시민과 학생 등 2,500여 명이 참석해 광복의 의미를 되새길... -
정청래 “김대중 대통령이 남긴 민주주의 유산, 후배들이 이어갈 것”
[동포투데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인권, 한반도 평화를 위해 평생 헌신한 지도자”라고 회고하며, 현재 정치 현실과 연결한 ... -
민주당 “윤석열·김건희 수사 방해…특단 조치 불가피”
[동포투데이]더불어민주당이 15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국민의힘을 향해 “특검 수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민주당은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내란 세력과 범죄 은폐 시도를 발본색원하겠다”고 밝혔다. 백승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 -
민주당 “통일교의 전방위적 정치 개입, 특검 수사 피할 수 없다”
[동포투데이]더불어민주당이 15일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의 정치 개입 의혹을 정면으로 제기하며 국민의힘에 특검 수사 협조를 촉구했다. 민주당은 통일교가 국민의힘 전당대회와 총선 과정에서 수만 명의 교인을 조직적으로 입당시키고 특정 후보를 지원한 정황이 드러났다며 “민주주의 근간을...
실시간뉴스
-
“미국, 더 이상 매력 없다”…관광객 급감에 125억 달러 손실 전망
-
트럼프, 이재명과 중국 동행 가능성 언급…“한 비행기 타면 에너지 절약”
-
“美 대두 농민 벼랑 끝…美·中 협상 서둘러야”
-
美연방정부, 워싱턴 D.C.에 주방위군 투입… 치안 관리 놓고 논란
-
美 알래스카 호텔서 美·러 정상회담 기밀문서 발견…일정·좌석표·선물 내용까지 노출
-
트럼프·푸틴, 알래스카서 3시간 회담…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합의’는 불발
-
트럼프, 알래스카서 ‘최고 예우’로 푸틴 영접 예정
-
멕시코, "미군 개입 절대 용납 못해" 주권 수호 의지 재확인
-
"상응관세" 글로벌 무역 지도 재편, 세계 경제 "탈미국" 가속화
-
“기술 유출 걱정하다 추월당했다”… 美 화이자 CEO, 中 바이오 굴기에 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