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인협회 해외문학상 수상소감
8월 15일 그날, 문인들과 함께 윤동주 생가에서 시인 탄생 100주년 기념활동을 마치고 돌아 오던 귀로에서 수상소식을 접했습니다.
10대에 등단하여 문단이 제정 한 문학상을 두루 수상했지만, 이번에는 특별히 해외에서 날아 온 희보(喜報)에 또 한 번 문학도 시절 첫 문학상을 수상했을 때처럼 저으기 격정에 꺼둘리는 나를 느꼈습니다.
금번의 수상작인 “춘자의 남경”은 조선족 문단에서 처음으로 되는 위안부 소재의 장편소설입니다.
불과 수십 년 전에 한국과 중국의 우리의 할머니 세대들은 일본군의 추악한 만행의 희생자로 전락되었습니다. 수십 만의 여린 하얀 꽃들은 누런 제복의 일본군에 끌려가 청춘을 검게 유린당했습니다.
소설의 들머리에 나는 지난 세기 일제가 자행한 북간도 지역에서 일어난 장암동 대참안을, 말미에는 고도(古都) 남경에서의 대학살사건을 필묵으로 세세히 재현했습니다. 그 나락에서 몸부림쳤던 우리 겨레의 수난을 눈물로 적었습니다.
“춘자의 남경”은 중국작가협회에서 번역지지작품으로 선정되여 이미 번역을 마쳤으며 곧 우리말과 중국말로 출간되게 됩니다. 한국에서도 일전 출간이 확정되었습니다.
그동안 오로지 문학에 매진하면서 느낀 바이지만 우리 조선족은 비록 광대한 중국땅에서 변강의 오지에 위치해 있지만 그렇다고 우리 문학의 지정학적 위치는 “변방”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주민족으로서의 중국조선족은 지난19세기 후반부터 고향을 잃은 설음을 안고 통한의 강을 건너 중국으로 이주하여 하나의 민족공동체를 형성했습니다. 청국인들의 땅에서 개간을 시작하고 일제와 항쟁하면서 새로운 기원을 열었습니다. 거치른 땅의 개척과 피어린 항쟁의 와중에도 “이역 하늘 강가에서 말 달리던 선구자”들의 “거친 꿈”은 문학의 한 형태로도 만개되었습니다.
이 무렵 안수길, 강경애, 최서해 등이 이 곳을 주무대로 문학의 씨앗을 뿌렸습니다. 온 겨레가 애대하는 윤동주도 바로 이 곳에 태줄을 묻었습니다. 그리고 조선족 작가 김창걸과 시인 이욱 등을 배출했으며 이들이 바로 조선족 문학의 비조(鼻祖)로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문단에는 또 “조선족의 루쉰”으로, “구 소련의 량심” 솔제니친과도 비견되는 “조선족문학의 거목” 김학철 옹이 있습니다.
이들이 이룩한 눈부신 문학적 유산은 한민족 디아스포라 문학의 한 전형이 되였고 이들은 한민족 문학사의 텃밭에 더불어 장려(壯麗)한 꽃으로 피어 올랐습니다.
조선족 문학은 한민족 문학과 정신적, 문화적 연계를 확보해 오면서 중국의 역사 변천과 그 속에서 영위하고 있는 조선족의 삶을 나름의 서정과 서사의 힘으로 보여주어 왔습니다. 그러할진대 이질적 문화를 수용하면서도 우리 문화를 승계하고 다시 모어로 담아내는 우리 조선족문인들의 고심이야말로 더욱 값진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때문에 오늘의 수상에 저는 더 다른 가치와 소중함을 부여 해 봅니다.
그날 우리 문인들은 복원 된 명동학교 옛 터에서 윤동주네가 불렀던 교가를 목청껏 열창했습니다. 이 시각 그 교가의 한 구절이 떠 오르는군요.
흰 뫼(백두산)가 우뚝 솟아 은택이 호대한/ 한배검(단군)이 깃 치신 이 터에 /그 씨앗 크신 뜻/ 넓히고 기르는...
필대를 올곧게 고누고, 민족을 위한 일에 일필(逸筆)하고저 하는 저의 소명의 의지에 격려의 감로수를 부어준 한국문인협회에 감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7년 9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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