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투데이 철민 기자] 지난 7일 페루 국회는 페드로 카스티요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가결, 이후 카스티요 전 대통령이 반란선동죄와 반역죄로 체포되면서 디나 볼루아르테 부통령이 새 대통령으로 승계됐다. 이로써 카스티요는 취임 16개월 만에 물러나게 됐다. 이렇게 페루는 5년 만에 다섯 번째 대통령 교체를 맞았고, 카스티요 전 대통령은 금세기 여섯 번째 옥고를 치르게 됐다.
보도에 따르면 16개월 전의 대선을 돌이켜보면 카스티요는 처음부터 아웃사이더로 출마했다. 페루 북부 카하마카 지방의 가난한 농부 집안의 출신으로, 초기 몇 년 동안 학업을 지원하기 위해 아버지와 함께 아마존강 유역의 커피 농장으로 장거리 여행을 자주 다녔고 수도 리마에서 가끔 다양한 잡일을 하기도 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 카스티요는 1980년대 페루 내전 당시 농촌주민 자치순찰대에 참여해 테러와의 전쟁을 도왔다. 카스티요는 1995년부터 고향의 한 농촌 초등학교에서 교장 겸 교사로 일하면서 교원노조에도 가입했다. 순찰원과 교사는 페루 사회에서 가장 존경받는 직업이기 때문에 이 경력은 카스티요가 앞으로 정치를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2017년 카스티요는 페루 당국의 직업 교사 대신 기간제 교사를 고용하는 정책에 반대하는 교사 파업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의 지도하에 노조는 결국 성공하여 정부에 양보를 강요하였다. 당시 카스트요도 교원노조의 리더로 떠올랐다.
2021년 카스티요는 사회주의 정당인 자유 페루의 후보로 대선에 출마해 농촌 지역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당선에 성공했다.
카스티요는 빈곤가정의 출신으로 당선 전 별다른 정치 경험이 없어 고향에서 중도좌파 정당 페루의 현지 주요 멤버 중 한 명으로 활약했을 뿐이다. 2017년 두각을 나타낸 뒤 적지 않은 정당이 카스티요의 국회의원 출마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페루의 정치분석가 마우리시오 자발레타는 페루 정치에는 외부인이 많지만 권력의 중심에서 이렇게 멀리 떨어진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2021년 4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카스티요는 정치 동기에 대해 학생들이 굶은 채 학교에 가는 것을 보고 아무런 복지도 받지 못한 반면 페루 정부 기업은 광물자원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국부민궁(国富民穷)’ 상황이 못마땅했다고 밝혔다. 선거 운동에서 카스티요는 ‘부국무빈민(富国无贫民)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취임 후 빈곤층 지원금 9900만 솔(2400만달러) 지원, 농업 발전을 위한 산업 계획 제시했는가 하면 공무원 처우 제한(일등석 이동) 등 일련의 조치를 취했다. 이 밖에 시장규제 강화, 독점규제, 광업 증세, 교육·보건 예산 페루 GDP의 최소 10% 증액, 국민투표 제헌 회의 개최를 통한 ‘거시적 차원의 부패방지’ 헌법 개정 등도 계획했다. 그러나 카스티요의 정치적 미숙함은 ‘이 나라를 바꾸겠다’는 자신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했다. 16개월 만에 내각이 다섯 차례나 바뀌었고, 처음 6개월 동안만 네 차례나 바뀌었다. 그 사이 80여 명의 장관을 번갈아 임명했으며 이 중 상당수는 관련 분야 실무 경험이 부족하고 각종 비리에 시달렸다.
이런 인사의 자의성과 불안정성은 카스티요의 반대자들에게 빌미를 주면서 카스티요의 각종 계획과 약속들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게 했다. 정치분석가 지안프랑코 비고는 카스티요 정부 구성원의 선발 기준은 그들의 지적 재능이 아니라 카스티요 본인과 친밀한 관계라고 말했다.이에 대한 비판에 대한 대응으로 카스티요는 CNN와의 인터뷰에서 집권을 “대통령이 되기 위한 훈련을 받은 적이 없다”면서 “국가를 위한, 그리고 국민을 위한 임기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또 카스티요의 아웃사이더 신분과 각종 기업 이익 훼손 정책으로 페루의 전통 엘리트와 대기업 오너들이 그를 끌어내리려고 하였다. 페루 탐사 저널리스트 그룹 El Foco와 탐사 뉴스 웹사이트 퍼블릭 아이(OjoPúblico)의 조사에 따르면 페루 국가산업협회와 페루 복합운송협회 연합의 지도자들은 2021년 11월 운송업 조직을 포함한 다른 정치 지도자 및 기업 임원들과 함께 카스티요 정부에 대항하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했다. 동시에 극우 정당과 단체들이 연합해 카스티요 정부 관리와 기자들을 위협하고 쿠데타와 반란을 호소했다. 우파가 주도하는 페루 국회는 좌파 출신 카스티요와의 관계도 좋지 않았다. 카스티요를 규제하기 위해 대통령이 의회를 해산할 수 있는 권한을 제한하고 탄핵권을 유지한 헌법 해석을 승인한 데 이어 국회의 사전 승인 없이는 국민투표 없이 제헌회의를 열 수 없도록 법을 통과시켜 카스티요의 헌법 개정을 무산시켰다. 마리카르멘 알바 페루 국회의장은 스페인 의회 방문 중 우익 성향의 스페인 인민당에 “페드로 카스티요는 아무런 합법성도 없는 대통령”이라는 성명서를 요구하기도 했다.
카스티요 전 대통령 재임 중 페루 사법당국은 그의 부패 혐의에 대해 6차의 조사를 벌였고, 국회는 2021년 12월과 2022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카스티요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했지만 통과에 필요한 표에는 미달했다.
그러나 페루의 인플레이션율은 러-우 전쟁 이후 계속 상승해 2022년 4월 26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 빈곤층의 생활이 극도로 어려워졌다. 또 비료와 연료 가격의 상승으로 페루 농촌주민들의 형편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에서 카스티요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지고 있었다. 그러자 2차 탄핵 실패 이후 페루 내에서 카스티요 정부에 대한 항의가 잇따랐다. 카스티요 정부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지지율이 곤두박질치면서 곳곳에서 반발이 거세지기만 했다. 이러자 페루 국회는 지난 1일 카스티요에 대한 탄핵을 다시 결의했다.
지난 7일, 탄핵 투표를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카스티요는 국회 해산과 긴급 정부 수립을 선언했고, 즉시 전국 통행금지를 실시했으며, 가능한 한 빨리 새 국회를 선출해 헌법 초안을 다시 작성했다. 그러나 난처하게도 카스티요의 결정은 지지를 얻지 못했고, 그의 고위 각료 중 상당수는 총사퇴했으며, 군대와 경찰은 "헌법 질서의 붕괴에 반대한다"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페루 주재 미국 대사관도 카스티요를 비난했다. 그 결과 이날 의회는 찬성 101표, 반대 6표, 기권 10표로 그를 해임했다.
농촌의 빈곤 출신의 정치인인 카스티요는 페루의 도시와 농촌의 빈곤 격차와 ‘국부민빈곤'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며 이를 바꾸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정치적 미숙함이 그를 고립시켜 정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지 못하게 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러-우 갈등으로 인한 경제적 파장이 그의 퇴진을 가속화 하여 또 하나의 ‘단명 대통령’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BEST 뉴스
-
중국인만 노린 폭행…혐오 범죄에 면죄부 있어선 안 된다
[동포투데이]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사건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쉽게 혐오와 차별의 늪에 빠져드는지를 보여준다. 중국어를 쓴다는 이유만으로 낯선 이들을 뒤쫓아 욕설을 퍼붓고, 심지어 소주병으로 머리를 내려친 행위는 단순한 폭력이 아니라 명백한 혐오 범죄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지난달 21일, 중국인 관광... -
갯벌 고립 중국인 노인에 구명조끼 내준 해경, 끝내 순직
△해양경찰관 고 (故)이재석 경사. 인천해경 제공 [동포투데이] 인천 앞바다에서 고립된 중국인 노인을 구하려던 해양경찰관이 끝내 순직했다. 위험에 처한 이에게 자신의 구명조끼를 건네고 물살에 휩쓸린 그는 몇 시간 뒤 숨진 채 발견됐다. 11일 인천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영... -
이재명 대통령 “명동 혐중 시위, 표현의 자유 아닌 깽판”
[동포투데이] 이재명 대통령은 9일 오후 국무회의에서 최근 서울 명동 일대에서 이어지고 있는 반중 집회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그는 해당 집회를 “관광객을 모욕하는 깽판”으로 규정하며, 단순히 ‘표현의 자유’로 치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회의에서 국무위원들에게 “외국에 가서 ‘어글리 코... -
“미국, 더 이상 매력 없다”…관광객 급감에 125억 달러 손실 전망
△ 뉴욕 맨해튼에는 '간세부르트 페닌슐라' 해변 (사진/중국신문망 랴오판 제공) [동포투데이] 미국의 강화된 입국 규제가 외국인 관광객을 발길을 돌리게 하면서 관광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국신문망 보도에 따르면, 2025년 1~7월 미국을 찾은 해외 관... -
김경협 동포청장 “연결 넘어 연대로…동포사회 지원 강화
△제3대 김경협 재외동포청장 취임식(사진=재외동포청) [동포투데이]재외동포청 김경협 청장이 10일 취임식에서 “재외동포 사회와의 연결을 넘어 연대를 강화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김 청장은 인천 연수구 본청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동포사회의 경험과 ... -
고액·상습 임금체불 사업주 51명 명단 공개…정부 “무관용 원칙” 천명
[동포투데이] 고용노동부가 임금체불 근절을 위해 고액·상습 체불 사업주 명단을 공개하고 신용제재를 가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시행했다. 노동부는 10일 ‘임금체불정보심의위원회’를 열고 체불 사업주에 대한 명단 공개와 신용제재 대상을 심의·의결했으며, 11일부터 공식 조치를 시행했다고 밝혔...
NEWS TOP 5
실시간뉴스
-
중국인 무비자 입국 둘러싼 갈등 격화…반중 시위·위협 글까지 확산
-
포드 CEO “중국 전기차, 기술·가격·품질 모두 압도… 美 기업 경쟁력 한계 직면”
-
푸틴, 중국 국경절 축하…“러중 관계 사상 최고 수준, 다극화 세계 질서 견인”
-
중국 전기차 급부상, 동남아 자동차 시장 지형 바꾼다
-
시진핑 “중화민족 위대한 부흥 앞당길 것”…건국 76주년 연회 베이징서 성대 개최
-
고속철 타고 떠나는 백두산…심양~백두산 2시간 시대 열렸다
-
미국 리더십의 붕괴, 서방 세계의 재편 직면
-
중국, 가자 지구에 5만5천 개 식량 지원 패키지 도착
-
美상원, 임시 예산안 거부…미 정부 또 '셧다운' 위기
-
연길 신공항 첫 삽…동북아 관문 도약 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