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투데이]7월 24일, 푸산(佛山)의 저녁 공기는 피부에 들러붙는 듯 무겁고 습했다. 광장에선 시민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야시장에서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레몬차를 샀다.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날 저녁, 몸길이 5mm도 채 되지 않는 이집트숲모기 한 마리가 한 젊은이의 피부 아래로 바이러스를 집어넣었다. 사흘 뒤 그는 고열과 관절통에 시달렸고, 방역 당국은 곧바로 중국 본토 첫 치쿤구니야열 지역감염 사례를 발표했다. 그리고 그것은 4천 건이 넘는 대확산의 시작이었다.
중국은 지금껏 치쿤구니야열을 해외에서 유입된 산발적인 질병으로만 다뤄왔다. 2005년 인도양 레위니옹 섬에서 시작돼 동남아, 남미까지 번진 이 바이러스는, 본토에서는 아직 낯선 존재였다. 하지만 푸산시의 다섯 개 행정구가 단 2주 만에 모두 ‘경계등급’에 진입하면서, 낯설던 병명은 순식간에 현실이 됐다. 확산 그래프의 가파른 상승은, 역사적 선례도, 집단면역도, 매뉴얼도 없는 공중보건 시스템의 신경을 정통으로 때렸다.
감염병 전문가 장원훙(张文宏)은 이번 상황을 “면역 공백이 고전염성 바이러스와 마주한 전형적 장면”이라 했다. 지역사회 대부분이 치쿤구니야열에 대한 항체를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바이러스는 ‘0의 저항’을 마주하며 퍼져나갔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이 시기를 "기회의 창"이라도 표현했다. 바이러스가 도시 환경을 학습하기 전에 그 전파 고리를 끊어낼 수 있다면, ‘도시 간 감염의 도미노’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도시가 멈추지 않는다는 데 있었다. 고속철도, 택시, 시외버스를 타고 무증상 감염자들이 광저우, 선전, 심지어 장사까지 이동하면서 바이러스는 새로운 ‘모기 생태계’를 찾아 이동했다. 20년 전, 쓰다 버린 타이어 속 모기알이 아프리카에서 인도양까지 옮겨졌던 경로를, 이제는 사람의 이동 반경이 대신하는 셈이다.
더 충격적인 건 푸산에서 집계된 치쿤구니야열의 R0(기초감염재생산지수)가 7이라는 점이다. 이는 감염자 한 명이 평균 7명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는 뜻으로, 모기 매개 질병으로는 이례적인 수치다. 뎅기열보다 2~3배 높고, 일부 호흡기 질환 못지않다. 장원훙 교수는 “R0는 바이러스의 고정값이 아니라, 기후·모기·사람의 행동이 함께 만드는 변수”라고 설명했다. 푸산의 고온다습한 기후와 정체된 물, 그리고 면역 공백이 바이러스에게 ‘최적의 조건’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R0=7이라는 숫자가 곧 재앙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모기를 매개로 한 전파는 ‘사람-모기-사람’의 고리가 이어져야만 성립된다. 질병통제 당국은 확인된 감염 사례를 중심으로 모기 박멸, 서식지 제거, 접촉자 추적을 사흘 안에 마쳤고, 이론상 ‘7’에 달할 수 있는 전파력을 절반 이하로 끌어내렸다. 방역은 단순히 바이러스를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의 싸움이라는 사실을 다시 증명한 셈이다.
진짜 취약지대는 현대의 교통 인프라였다. 감염자가 고속철을 타고 단 두 시간 만에 300km 떨어진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바이러스는 기존 방역 모델의 예측 반경을 훌쩍 뛰어넘는다. 방역의 기초 단위였던 ‘핵심 전파지 중심 반경 방어’는, 속도와 거리 앞에서 속수무책이 됐다.
결국 R0=7이 주는 진짜 경고는, 전파력이 크면 클수록 ‘골든타임’은 짧아진다는 사실이다. 대응은 하루가 아닌 시간 단위로 이뤄져야 하고, 범위도 동네가 아닌 ‘도시군’ 차원으로 확장돼야 한다. 감염자보다 먼저 움직이지 않으면, 바이러스는 도시 간 경계를 몇 시간 안에 넘어선다.
푸산의 4000건은 하나의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자, 위기의 경계선이다. 기후변화와 초연결 시대의 속도 앞에서, 어떤 도시도 ‘전례 없는 감염의 진원지’가 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이제 바이러스보다 빨라야 하는 것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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