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를 바라보는 일본 보수 진영의 시선이 빠르게 식고 있다. 재집권 직후까지만 해도 그를 ‘일본의 구원자’로 기대했던 보수 정치권과 우익 언론은 집권 1년여 만에 실망과 불안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미·일 동맹의 축인 무역과 안보 전반에서 기대와 다른 현실이 누적되면서, 일본 사회 전반에 ‘버림받고 있다’는 인식이 번지고 있다는 평가다.
홍콩 영문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2일 보도에서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일본 보수층의 태도가 기대에서 경계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일본 보수 진영은 애초 트럼프가 미·일 무역을 확대하고, 인도·태평양 안보 질서에서 일본의 전략적 위상을 공고히 하며, 중국·러시아·북한 문제에 강경 노선을 취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미국의 대일 추가 관세, 잇단 국제기구 탈퇴,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 행동이 이어지면서 이러한 기대는 급격히 무너졌다.
트럼프 당선 직후 일본 보수 언론의 상징인 산케이신문은 사설에서 “평화의 새벽이 열릴 것”이라며 러시아에 대한 강경 대응, 대만해협 안정,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강화까지 전망했다. 선거 이전에는 계열 매체를 통해 “트럼프 2기가 일본에 위험이 될 것이라는 평가는 과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최근 산케이는 미국의 다자기구 탈퇴가 중국에 국제적 영향력 확대의 공간을 열어주고 있다고 비판했고, 베네수엘라 공격에 대해서는 “대만해협에서의 무력 사용 문턱을 낮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치권에서도 불만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일본 보수당 소속 시마다 요이치 의원은 이란·베네수엘라 등 권위주의 국가에 대한 트럼프의 강경 태도에는 공감하면서도, 관세 정책에 대해서는 “일본에 극히 불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미국에 맞서지 못한 일본 정부의 책임도 작지 않다”고 덧붙였다.
보수 성향이 상대적으로 온건한 요미우리신문 마저 트럼프 집권 첫해를 두고 “미국은 더 이상 민주주의 제도의 지도자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요미우리는 최근 사설에서 백악관의 언론 공격과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에 대한 압박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일본 외교의 축을 유럽으로 일부 이동시킬 필요성을 제기했다.
도쿄 국제기독교대 국제관계학 교수 스티븐 R. 나지는 일본 정치권 전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성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일본 자위대가 미군의 일본 및 역내 대규모 철수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하며, 동시에 연합훈련 확대와 공동 기술개발 등을 통해 미군 주둔을 유지하려는 움직임도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트럼프를 ‘구원자’로 기대했던 일본 보수 진영이 이제는 미·일 동맹의 지속성과 안정성 자체를 다시 계산하는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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