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0-07-07(화)
 

 

●김정룡(중국동포사회문제연구소장)

 

 

도시개발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전인 1980년대까지 중국 도시골목마다 공용변소가 많았고 아침이면 줄 서 순번을 기다리던 풍경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정확한 통계는 모르겠으나 당시 연길시에 1천여 소에 달하는 공용변소가 있었지 않았을까 추측된다. 정확한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아무튼 공용변소가 그만큼 많았던 것만은 사실이었다.

 

20200510163555_uqswysyc.png중국 개혁개방 직후인 1980년대 중후반부터 경제 분야에 천지개벽의 변화가 일어남에 따라 독립적인 경제활동이 법적 인가를 받은 00꿍스(公司)가 자고 깨면 생겨날 정도로 우후죽순마냥 많이 나타났다. 그래서 민간에서는 당시 다수 꿍스(公司)들을 내실도 실적도 없고 하여 허수아비라는 뜻이 담긴 피바오꿍스(皮包公司)라 불렀고 꿍스(公司)의 법인(法人) 경리(經理)들을 빗대어 “경리가 변소간보다 더 많다.”고 비꼬았다.


당시 피바오꿍스(皮包公司) 중국식 경리들을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사장님들이다. 그러니까 바꿔 말하자면 “사장님이 변소간보다 더 많았다”는 말이 성립된다.


중국에선 독립적인 경제활동을 하는 업체의 법인을 경리 혹은 규모가 크면 총경리라 부르고 규모가 굉장히 작은 업체 혹은 구멍가게의 법적등록인은 보편적으로 ‘라오반(老板)’이라 부르고 개별적으로 ‘짱꾸이(掌櫃)’라 부른다. 한국은 규모가 크든 작든 하다못해 부부가 운영하거나 심지어 혼자 운영하는 구멍가게 책임자조차도 전부 사장이라 부른다. 거기에 한국식 특유 경어를 붙여 ‘사장님’이라 부른다. 뿐만 아니라 중국에선 길가에서 낯선 사람과 대화할 경우 상대를 높여 사부(師傅)라 부르는데 비해 한국에선 이럴 경우에도 상대를 ‘사장님’이라 한다. 한국엔 ‘사장님’이 어떻게나 많은지 인파가 북적거리는 동대문상가에서 “감사장!”라고 부르면 열에 다섯이 머리를 돌린다고 한다. 이 경우 김씨가 많다는 말이 되겠지만 그만큼 ‘사장님’의 호칭이 남발되고 있다는 증거이리라.


중국과 한국에서 사장이란 호칭이 서로 다르게 사용될 뿐만 아니라 회장이란 호칭도 사용법이 엄청 다르다.


중국에선 계열사를 갖고 있는 대기업 오너를 ‘동사장(董事長)’이라 부르는데 비해 한국에선 ‘회장님’이라 부른다. 그리고 중국에서 말하는 주임(主任)이 한국에선 회장이 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이를테면 시골마을이나 도시 부녀회 책임자를 중국에선 ‘주임’이라 부르고 한국에선 ‘회장’이라 부른다. 정부기구도 중국에서는 인대(人大) 책임자를 중앙기구는 위원장이라 부르고 성급부터 지방에 이르기까지 주임이라 부른다. 화교사무실, 외사사무실 등등의 많은 기구의 책임자도 주임이라 부르는데 비해 한국에선 정부기구의 모든 직책에 거의 다 ‘장(長)’자를 붙이는 호칭이 보편적이다. 전형적인 실례로서 중국에선 가도(街道) 책임자를 주임이라 부르는데 비해 한국에선 ‘장(長)’자를 붙여 ‘동장(洞長)’이라 부른다.


중국과 한국에서 사장과 회장이란 호칭이 왜 이토록 다르게 사용되고 있을까? 그 이유를 알려면 먼저 사장이란 ‘사(社)’의 역사적인 의미부터 살펴보고 또 회장이란 말의 유래를 알아야 한다.


<설문해자>에 의하면 ‘社’는 “흙을 뫼어놓아 사가 되었다(堆土爲社).”고 한다. 그런데 아무 사람이 아무 곳에서 아무렇게나 흙을 뫼어놓으면 사가 되는 것이 아니라 한 개 부족이 조상을 기리기 위한 징표로 흙을 쌓아놓았고 그 징표를 중심으로, 즉 사(社)를 중심으로 족장이 백성을 거느리고 생산 활동을 진행하고 제사를 지내며 종교 활동을 하면서 삶을 영위한다. 사회란 이 사(社)에 모여서 삶을 영위한다는 뜻에서 유래된 말이다.


‘사(社)’란 뜻이 워낙 이렇듯 거창하기에 중국역사엔 ‘사장(社長)’이란 말이 없었다. 지금 한국에서 남발로 사용하고 있는 사장이란 호칭은 일본에서 건너온 것이다.


일본이 동양 삼국에서 서양의 근대화를 따라 배우는 선두에 섰고 많은 서양의 어휘들을 한문으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지어낸 것들, 이를테면 과학, 화학, 물리, 지식인 등등이 일본이 지어낸 어휘들이 중국에 수출되었고 따라서 한반도에도 전해졌던 것이다. 그 중에 사장이란 호칭도 포함되어 있다. 변소를 화장실(けしょうしつ:化粧室)이라 하는 용어도 일본인이 지어낸 어휘이다.


일본이 사장이란 말을 지어낸 것은 중국식 번역인 서양식 꿍스(公司)를 일본인은 중국역사문화에 결부시킨 결과였다. 즉 사람이 모여 기도 올리며 종교 활동을 진행하는 곳을 ‘신사(神社)’라 부르는 것처럼 사람이 모여 경제활동을 벌이는 업체를 ‘회사(會社)’라 지어내고 그 책임자를 사장이라 부르게 되었던 것이다. 아울러 일본인은 중국역사문화적인 용어인 사회를 거꾸로 하여 회사란 용어를 지어내게 되었던 것이다. 즉 사회를 거꾸로 하면 회사가 되는데 사회는 ‘사(社)’가 포인트이며 사를 중심으로 모인다는 뜻이라면 회사는 ‘회(會)’가 포인트로서 사람이 모여 ‘사(社)’를 꾸린다는 의미이다. 일본인은 이 사람이 모이는 것을 여러 포기라는 표현을 빌려 ‘주식회사(かぶしきかいしや(株式會社)’라고 불렀다. 사장이란 호칭은 본래 이렇듯 주식회사 대표자를 부르는데서 유래되었는데 지금 한국에선 구멍가게 주인, 길 가는 아저씨한테도 사장님이라 남발하고 있다.


회장이란 말도 중국역사에선 그다지 사용되지 않는 어휘인데 일본이 동양에서는 매우 낯설었던 서양의 상공회 같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조직의 책임자를 회장, 또 NGO단체 같은 사람이 많이 모여 시민 활동하는 조직의 책임자를 역시 회장이라 지어내게 되었던 것이다.


중국과 한국은 일본의 영향에 의해 사장, 회장이란 호칭을 도입하였으나 중국에선 그다지 사용되지 않고 있는데 반해 한국에선 진짜 변소간보다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를테면 중국에선 큰가마밥 제도가 실시되던 인민공사 책임자를 사장이라 불렀고 당시 사장이 관할하는 인구는 적어도 수천 명이었다. 또 신문사, 출판사 책임자를 사장이라 부르기는 하였으나 사장보다 편집과 편제(編制)를 총괄한다는 의미로서 총편(總編)이란 호칭을 더 선호하였던 것이다. 신해혁명 전 역사에 없었고 겨우 수십 년 전의 일이다.


그렇다면 왜 중국은 사장과 회장 호칭을 적게 사용하는데 비해 한국에선 남발로 사용하고 있을까?


첫째 한국은 중국보다 일본문화의 영향을 지대하게 받았다. 둘째 한국인은 멋을 추구하는 겉치레 문화를 즐기기 때문에 아무데나 무작정 ‘長’을 붙이기를 굉장히 선호한다. 셋째 양반과 상놈의 문화에 한이 맺혔던 한국인은 일단 ‘長’을 붙이면 출세의 의미가 다분하기에 사장, 회장을 남발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자유 민주사회에 진입함에 따라 각종 비영리단체 등록이 쉬워지고 따라서 그 단체들을 협회라 부르는데서 회장이란 호칭이 남발되고 있는 것이다.


재한조선족사회는 상기 한국사회 물에 듬뿍 젖어 역시 중국에서 사용하지 않았던 사장, 회장 호칭을 남발하고 있다. 조선족이 한국에서 업체를 꾸려봤자 무역업체나 제조업체는 매우 적고 또 대규모의 음식점이 없고 절대다수가 소규모의 음식점이나 식품상점 등 구멍가게를 운영하면서 명함에 사장이라 박고 공중장소에서 자신을 소개할 때 스스로 ‘사장’이라 말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한국인은 보편적으로 스스로에게 사장을 붙이지 않고 “00를 운영하고 있는 00입니다.”라고 겸손하게 자아소개 한다. 그리고 한국식을 따라 배워 영양가 없는 협회들을 잔뜩 만들어 놓고 실체도 내실도 없이 회장님이랍시고 어깨에 힘주고 남을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튼 재한조선족사회 다수 사장님, 회장님들은 중국에선 상상도 못할 일들, 즉 한국에서 ‘長’을 스스로 붙이고 아Q정신으로 살아가는 것이 정신건강에 유리하므로 무조건 나쁜 일이라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태그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김정룡 칼럼] 변소간보다 더 많은 사장님, 회장님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