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 출신 연구자 이탈 두드러져…중국·유럽·캐나다는 인재 유치 경쟁 가속
[인터내셔널포커스] 미국 과학기술 경쟁력의 핵심 기반으로 꼽혀온 젊은 연구 인력의 미국 잔류 의향이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해외 출신 연구자들의 이탈 의향이 크게 늘면서 미국의 장기적인 연구개발(R&D) 경쟁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최근 하버드대 등 여러 연구기관 소속 학자들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 생의학 분야 박사과정생과 박사후연구원 약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미국에 남아 연구를 계속하겠다고 답한 비율은 지난해 말 93%에서 올해 중반 72%로 21%포인트 감소했다.
학계에 계속 남겠다는 응답 역시 같은 기간 66%에서 44%로 떨어졌다. 박사과정에 대한 만족도 또한 91%에서 76%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경제연구국(NBER)의 관련 연구에서도 응답자의 절반 정도만이 향후 학계에 남을 가능성이 있다고 답해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특히 해외에서 학부 과정을 마친 연구자들의 변화가 두드러졌다. 이들의 미국 잔류 의향은 31%포인트 감소한 반면, 미국 학부 출신 연구자의 감소 폭은 16%포인트에 그쳤다. 유럽 출신 연구자의 경우 감소 폭이 50%포인트에 달했다.
연구진은 이를 ‘대체 기회 효과’로 설명한다. 미국 밖에서도 충분한 연구·취업 기회를 확보할 수 있는 인재일수록 미국에 머물 필요성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사과정생과 박사후연구원은 기업 연구소와 첨단산업 분야의 핵심 인력 공급원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변화는 학계를 넘어 산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미국 이공계 박사학위 취득자의 절반가량이 해외 출생 학생들로 알려져 있어 인재 유출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의 연구개발 경쟁력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세계 인재 경쟁의 새로운 변수
최근 들어 주요 국가들은 미국 중심으로 형성된 연구 인력 지형을 재편하기 위해 적극적인 인재 유치 경쟁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AI·반도체·바이오 분야를 중심으로 해외 연구자 영입을 확대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은 연구비 지원과 체류 제도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 캐나다 역시 안정적인 이민 정책과 연구 환경을 내세워 미국 연구자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 내부에서는 연구예산 불확실성과 비자 정책 변화가 젊은 연구자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과학저널 <네이처> 조사에서는 연구자의 75%가 해외 이주를 고려한다고 답했고, 미국 포스트닥 협회 조사에서도 44%가 현재 정책 환경이 연구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응답했다. 국제 학술 구인 플랫폼인 Nature Careers 통계에서도 미국 과학자의 해외 연구직 지원은 전년보다 3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움직임이 단순한 인력 이동을 넘어 글로벌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인재 지형의 변화를 의미한다고 본다. 우수 인재가 이동하는 곳으로 연구개발 투자와 혁신 역량도 함께 옮겨가기 때문이다. 불과 반년 만에 나타난 21%포인트의 잔류 의향 하락은 미국 연구 생태계에 대한 경고 신호로 읽힌다. 세계 각국이 첨단기술 경쟁에 사활을 거는 상황에서 젊은 과학자들의 선택이 향후 과학기술 패권 경쟁의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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