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마크 카니 총리가 이끄는 캐나다 대표단이 1월 14일 중국 방문 일정을 시작한 가운데, 캐나다 정부의 대(對)중국 인식 변화가 주목받고 있다. 베이징 도착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캐나다 외교장관 아니타 아난드는 과거 정부가 규정한 ‘중국은 파괴적 글로벌 강대국’이라는 평가에 대해 끝내 답변을 피했다.
캐나다 <내셔널포스트>에 따르면, 아난드 장관은 기자들로부터 자유당 정부가 여전히 ‘캐나다 인도·태평양 전략’에 담긴 대중 강경 기조를 유지하느냐는 질문을 반복적으로 받았지만, 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대신 그는 “카니 총리 취임 이후 출범한 새 정부는 전혀 다른 외교 노선을 확립했다”고만 언급했다.
해당 인도·태평양 전략은 전임 저스틴 트뤼도 정부 시절 발표된 것으로, 중국을 “점점 더 파괴적인 글로벌 강대국”으로 규정하며 국제 규범을 무시하고 있다는 비판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아난드 장관은 이 같은 규정에 동의하는지 여부에 대해 답하지 않은 채, 경제적 현실을 강조했다.
그는 “캐나다는 현재 경제적 압박에 직면해 있으며, 향후 10년간 무역 파트너를 다변화하고 비(非)미국 교역 비중을 최소 50% 확대하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밝혔다. 이어 “중국은 캐나다의 두 번째 교역 상대국으로, 반드시 협의 테이블에 앉아야 할 핵심 국가”라며, 이번 방중의 목적이 양국 관계를 ‘재조정’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캐나다 언론들은 카니 정부가 아직 새로운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아난드 장관은 지난해 10월 아시아 순방 당시에도 트뤼도 정부의 지역 정책을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고 평가하며, 중국을 “전략적 파트너”로 지칭한 바 있다.
<내셔널포스트>는 아난드 장관의 이번 침묵이, 카니 총리 취임과 동시에 미·캐나다 간 무역 갈등이 심화된 이후 캐나다의 대중 외교 기조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강경 일변도의 대중 인식에서 벗어나 보다 실용적인 접근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브 앤 메일> 역시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중국이 보여주는 비교적 안정적이고 이성적인 대국 이미지가 글로벌 사우스는 물론 미국의 전통적 동맹국들까지 끌어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캐나다를 포함한 여러 국가가 외부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대중 관계 강화를 서두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아난드 장관은 이번 방중 기간 동안 양국이 무역 관계를 중심으로 협의를 진행하고, 추가 협력 가능성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중국이 캐나다산 유채씨(카놀라)에 부과한 제재 문제를 언급하며, “수개월간 갈등 해소를 위해 노력해 왔고, 관련 협의는 긍정적인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2024년 8월 트뤼도 정부는 미국의 정책을 추종해 중국산 전기차와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각각 100%,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고, 이에 중국은 ‘반차별 조사’를 개시해 캐나다 유채씨를 보복 대상으로 삼았다.
카니 총리의 이번 중국 방문은 캐나다 총리로서는 8년 만의 방중이다. 캐나다 정부는 이번 방문에서 무역, 에너지, 농업, 국제 안보 등 다양한 의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출국에 앞서 카니 총리는 “중국은 캐나다의 두 번째 교역 상대국이자 세계 2위 경제대국”이라며 “건설적이고 실용적인 양국 관계는 태평양 양안에 더 큰 안정과 번영을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순방에는 외교·산업·농업·자원·국제통상 분야 장관들이 동행했으며, 외신들은 이를 두고 “중·캐 관계 전반을 끌어올리려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양국 간 누적된 갈등이 단기간 내 해소되기는 어렵다며, 지속적인 외교적 관여와 인내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외교부는 앞서 “중·캐 관계의 안정적 발전은 양국과 양국 국민의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며, 이번 방문을 계기로 정치적 신뢰를 회복하고 실질 협력을 확대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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