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지구에서 수백㎞ 떨어진 궤도가 각국의 새로운 경쟁 무대로 바뀌고 있다. 미국 국적의 활성 위성만 1만2000기를 넘어섰고 중국과 러시아가 뒤를 잇는다. 일본과 인도, 유럽 국가들도 위성망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9월 16일 기준 공개 위성 데이터베이스 OrbitalWiki 집계에서 미국의 활성 위성은 1만2597기, 중국 1329기, 영국 760기, 러시아 378기로 나타났다. 일본은 129기, 프랑스 98기, 인도 79기, 독일 69기, 캐나다 59기, 한국은 56기다. 위성은 발사와 임무 종료가 계속되기 때문에 집계 시점과 분류 방식에 따라 숫자가 달라질 수 있다.
이 숫자를 그대로 군사력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 미국 위성의 상당수는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같은 민간 상업위성이다. 영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 역시 통신·기상·과학·상업용 위성이 포함돼 있다. 군이 직접 운용하는 정찰·통신위성만 떼어놓으면 국가별 격차는 크게 달라진다.
반대로 민간과 군사의 경계는 희미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에서는 상업용 위성사진과 위성통신이 전황 파악과 작전에 활용됐다. 군 정찰위성은 병력과 장비의 움직임을 살피고 조기경보위성은 미사일 발사를 탐지한다.
중국의 증가세도 빠르다. 미 국방부가 지난해 공개한 중국 군사력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2024년 정보·감시·정찰(ISR)에 활용할 수 있는 위성 67기를 추가로 발사했다. 이에 따라 ISR 활용 가능 위성은 500기를 넘어섰다. 여기에는 군 전용뿐 아니라 민군 겸용 원격탐사 위성도 포함돼 있어 이를 ‘중국 군사위성 500기’로 단순 계산할 수는 없다.
미국은 소수의 대형 위성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여러 저궤도 위성을 연결하는 분산형 체계로 옮겨가고 있다. 위성 일부가 공격받더라도 전체 감시·통신망이 쉽게 끊어지지 않도록 하려는 움직임이다.
경쟁은 위성을 많이 띄우는 단계도 넘어섰다. 미국은 이달 지구 궤도에서 운용하는 ‘우주통제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처음 공개적으로 밝혔다. 구체적인 종류와 숫자는 공개하지 않았다. 중국과 러시아는 우주의 무기화를 촉진할 수 있다며 반발했다.
유럽과 아시아도 움직이고 있다. 프랑스와 영국, 독일은 군사통신과 정찰 분야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일본과 인도도 독자적인 우주안보 역량을 키우고 있다. 한국은 ‘425사업’을 통해 군 정찰위성 5기 체계를 갖춘 뒤 소형·초소형 위성을 추가하는 방향으로 감시망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몇 기를 갖고 있느냐만이 아니다. 같은 위성 한 기라도 얼마나 선명하게 볼 수 있는지, 특정 지역을 얼마나 자주 지나가는지, 확보한 정보를 얼마나 빨리 지상으로 보내는지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위성 간 연결과 지상 분석체계, 전파방해나 공격을 견디는 능력도 중요해졌다.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는 이미 지상의 병력과 차량, 바다의 함정을 수백㎞ 상공의 위성이 내려다보고 그 정보가 다시 전장으로 전달되고 있다. 세계 각국이 앞다퉈 궤도에 위성을 올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상의 전장을 보려면 먼저 우주에 ‘눈’을 띄워야 하는 시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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